얼마 전 필자가 재직하는 언론대학원에서 영국 BBC와 일본 NHK, 그리고 한국 KBS의 메인뉴스를 실증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11월 16일 밤 메인뉴스 녹화 테이프를 모니터한 결과 국제뉴스의 양이 BBC와 NHK에서는 전체의 40% 이상인 데 비해 KBS 9시뉴스는 15% 정도에 그쳤다. 오후 10시 BBC 메인뉴스에서는 전체 리포트 12개 꼭지 가운데 국제뉴스가 5개였고 그 순서로도 세 번째 아이템까지가 모두 국제뉴스로 채워질 만큼 중시됐다.
오후 10시 NHK 메인뉴스는 한 시간 동안 방영된 8개 중점 아이템 가운데 첫 번째 ‘중국, 원자력잠수함 영해 침범’에 4분 20초,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 교체’ 8분 20초, 그리고 세 번째 ‘미군, 팔루자 공격 속보’에 6분을 할애했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누구인지 보여 주기 위해 그동안 그가 이곳저곳에서 발언한 육성 녹취록을 무려 4개나 들려주었고 ‘이라크 사태’ 뉴스는 마치 시청자가 이라크 팔루자에 와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화면과 관계자들의 육성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KBS 9시뉴스는 1시간 동안 26개 아이템을 보도했는데 국제뉴스 리포트는 ‘미 국무장관 교체’와 ‘자이툰 폭발사고’, ‘미군, 이라크 포로 확인 사살 파문’, 그리고 ‘지구촌 소식’ 등 네 꼭지로 총 길이가 6분 정도였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의 국제뉴스도 네 꼭지로 KBS와 비슷했다.
국제뉴스의 비중이 선진국과 우리 공영방송 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스 책임자들이 그날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뉴스를 메인뉴스 시간에 빠짐없이 보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백화점식 뉴스편집이 시청률 경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 1차적 원인이다.
뉴스시청률 집계표를 장기간 분석해 보면 많은 시청자가 북한 핵 등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딱딱한 뉴스보다는 건강 재테크 스포츠 등 연성(軟性) 뉴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국제뉴스 같은 경성(硬性) 뉴스가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BBC 100여명, NHK 70명에 비해 KBS는 현재 해외특파원이 17명밖에 안된다. 해외에서 송고되는 국제뉴스의 양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지구촌시대, TV는 세계인 모두의 ‘공명(共鳴)의 장’일 필요가 있다. 냉엄한 국제정세는 우리의 국익은 물론 개인생활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이제는 글로벌 마인드가 필수적이다. 어떤 매체보다 영향력이 큰 공영방송의 TV뉴스는 매일 되풀이되는 사건 사고나 여야의 정치싸움 등 국내 지향적인 ‘폐쇄적 울타리’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김인규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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