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보관은 사라지고 홍보관리관이란 새로운 직제가 탄생하게 됐다. 공보와 홍보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치를 행정 개선으로 볼 것인가, 정치적 의도로 볼 것인가. 곰곰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출범부터 줄곧 “정책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하다가 1년이 지난 후에는 “홍보가 정책의 반”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올해 2월 말에는 “홍보가 곧 정책”이라고 역설했으며 드디어 정부 직제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시도는 부처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발의해 대통령이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결정해 아래로 전달한, 이른바 상명하달 방식이어서 참여정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물론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정부 정책을 소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취지는 사뭇 긍정적이다. 언론의 정책비판에 대해 정당하게 맞서라는 의지도 용인할 만한 수준이고, 공보라는 대언론 업무에서 벗어나 홍보라는 타이틀로 국민을 상대로 폭넓게 활동하라는 취지도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에는 만만찮은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72년 통과된 미 의회법 92-351조 8항은 연방정부 부처들이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에 대해 보도 노력과 선전을 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만이 정부 정책을 심의할 수 있으니 관련 부처에서 분석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사전노력도 하지 말라는 취지다. 또한 연방정부의 홍보담당자들은 직업공무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선거캠페인에 참가한 별정직 공무원으로 이른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임기 만료와 함께 자리를 떠나므로 신분이 보장된 우리나라 공무원과는 엄연히 처지가 다르다.
이번 조치가 성공하려면 다음 몇 가지가 필수적이다. 우선 정책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까지는 적극적인 홍보 노력이 오히려 자제돼야 한다. 언론에 애드벌룬을 띄우거나 전략적 이벤트를 개발하는 것은 자칫 사안을 호도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홍보전문가들은 결코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 자리는 대통령이 제공했으나 정치적 중립을 의무로 하는 공무원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 개인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좋겠다.
셋째, 언론과 맞서기 위한 전위대 역할은 생각도 말고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홍보담당자들이 소속 장관이나 부처의 하수인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정책의 양면성에 대해 충분히 알림으로써 복잡한 정책도 고통스러운 입안 과정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면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언론에 화끈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든 홍보인이 그러하듯 그들이 지녀야 할 제1덕목은 전략 기술보다는 인내와 화합 기술의 능력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정호 연세대 신방과 교수·한국홍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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