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양양과 고성군에서도 그러했듯 대형 산불이 2, 3년에 한번씩 되풀이되고 있다. 영남지방에서는 소나무재선충이 확산돼 경북 구미와 포항시에까지 진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솔잎혹파리가 다시 살아날 기미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피해가 소나무를 괴롭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숲 가꾸기에 소홀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동지방에는 소나무 단순림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소나무는 송진이 많아 산불에 약하고 불이 스쳐 지나기만 해도 대부분 죽어 버린다. 불붙은 솔방울이 강풍에 날리면 산불이 크게 번지기도 한다. 따라서 산불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에 강한 활엽수를 함께 키우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소나무를 솎아 내어 공간을 열어 주고 햇볕을 쬐어 활엽수 종자가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숲 가꾸기는 소나무 숲의 산불 확산을 최소화하는 손쉽고 확실한 방법인 셈이다.
숲 가꾸기는 병해충에 대한 저항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빽빽이 자라면 광합성 부족으로 가늘고 빈약해진다. 이런 소나무는 저항성이 약하기 때문에 소나무재선충이나 솔잎혹파리에 취약하다.
이제 해법은 명확하다. 전국의 소나무 숲이 숲 가꾸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시들어 가는 숲을 건강하게 만들고 산불과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제대로 가꿔야 한다. 온 국민이 숲 가꾸기에 나서 울창한 숲 조성과 병충해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숲 가꾸기 예산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조직과 인력도 보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피해가 생긴 뒤 복구하는 데 예산을 투입했다면 앞으로는 피해 방지를 위한 숲 가꾸기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숲 가꾸기를 ‘산림 자원 조성’ 차원에서 ‘재해 재난 방지’를 위한 국가적 사업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경태 북부지방산림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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