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진성]교원이 싫어한다고 교원평가 못해서야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12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원평가제를 이달 중 시범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의 눈치를 너무 살피고, 교원단체도 충분한 논의를 구실로 사실상의 반대 운동을 하고 있어 시행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런 우려는 교육부가 6월 20일 교원단체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만들 때 이미 예고됐다. 협의회에서 참가 구성원들의 합의를 전제로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원단체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논의에 진척이 없자 일부 학부모단체는 협의회에서 탈퇴했다.

정부가 교원평가제도를 도입하는데 평가 대상자와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는 발상부터 문제다. 교원이 싫다고 교원평가를 할 수 없다면 아이들이 싫어하면 학생평가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에 관한 사항이라면 교원단체와 협의해야 하겠지만 교원을 평가하자면서 왜 그 평가대상자와 협의하고 합의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교원평가를 시행하고 있고 중앙부처의 모든 공무원이 다면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대학 교수도 학생들의 수업평가를 받고 있는데 초중등 교원만 예외로 인정하란 말인가.

교원단체들은 “우리를 바르게 평가해 달라”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그 한마디에 교원에 대한 불신은 봄눈처럼 녹아내릴 것이다. 지금 교원단체가 해야 할 일은 교원평가를 수용하면서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일이다. “일부 악의적인 민원에 따라 무고한 피해를 보는 교원이 생길 수 있다”는 식의 군색한 변명은 국민의 빈축을 살 뿐이다.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사실은 교원단체 스스로가 앞장서서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켰어야 한다. 자질이 없는 소수의 부적격 교사를 감싸다 보면 타율의 구조조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벌써 교원임용을 계약제로 하든지, 종신자격증을 폐지하고 10년을 주기로 자격증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 고도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교육이었다.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달릴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사람들은 이 땅의 교사들이었다. 그들은 가난과 역경을 딛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성적 조작, 금품 수수, 상습적 학생 폭행 등 비윤리적인 교원과 육체적 정신적 결함이 있는 교원의 퇴출은 당연한 것으로 이는 교원평가와는 다른 별개의 문제다. 교원평가에서 얻은 자료는 무능한 교사를 가려내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교원평가는 채찍만이 아니다. 우수교사에 대해서는 상여금 지급, 승진에 따른 가산점 부여 등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 차제에 국회는 교육계의 숙원사업인 ‘우수 교원 확보법’ 제정을 서둘러 주었으면 한다.

김진성 명지대 객원교수 전 구정고 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