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져가며 우정공사 민영화에 사활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우정공사의 경영효율화 목적도 있지만 우편, 은행, 보험 업무를 겸영하면서 몸집을 키워온 우정공사를 정리해 왜곡된 금융시장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보험시장에서 4대 공제(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공제) 및 우체국 보험은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지난해 유사보험단체는 수입보험료 13조3334억 원을 거둬들여 전체 보험시장의 14.8%를 차지했다.
그런데 민간보험사가 외부기관의 상품개발기준에 따라 보험료율을 정하는 데 반해 유사보험단체는 요율을 임의로 정한다. 또 민간보험사는 위험의 성격이 다른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유사보험단체는 은행(신용사업),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 모든 부문을 겸영하기도 한다. 또 부실경영 징후에 대한 사전 및 사후 규제도 들쭉날쭉이다.
이는 각 기관이 소관부처의 개별법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협의 경우 신용사업은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만, 보험사업은 보험업법이 아닌 개별법에 따른 농림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품의 내용은 비슷하지만 규제 및 감독의 기준은 각각 달라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 및 각종 공제단체를 총괄하는 단일법령 및 기준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성과 계약자 보호 차원에서 강력하고 상세한 보험감독법을 두고 있다. 각종 유사보험에 대해서도 이들 법규를 예외 없이 적용한다.
우리도 유사보험 감독체제 일원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이나 유사보험 통합규제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할 시점이다.
김성태 연세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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