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규제개혁의 가장 큰 특징은 규제개혁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관 합동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민간이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해 규제를 개선해 나가도록 한 것이다. 기업이나 국민이 정비대상 과제를 발굴해 정부에 건의하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규제개혁기획단’의 전문가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총리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그 내용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참여형 시스템의 구축으로 그간 공장설립절차 간소화, 불필요한 부담금 감면, 행정편의적인 행정조사 철폐 등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줬던 50여 개의 주요 규제가 사라지거나 개선됐다. 특히 그동안 규제완화 논의 시 간과돼 왔던 인허가 기간, 비용 절감, 집행절차 단축, 서류 간소화 등 질 위주의 규제개혁이 이뤄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변화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 16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품질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998년 31위에서 올해 23위로 상승한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한 결과일 게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인들은 경영애로 해소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로 규제개혁을 꼽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국민도 과거나 현재나 정부의 규제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들 말한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항에 대한 규제개혁 속도가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개선방안이 이미 발표됐지만 입법과정을 거치고 지방의 실무자들에게까지 정착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한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에서 ‘신속한 후속조치’와 ‘공무원 집행행태’ 부문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끝으로 말로만 원스톱 민원처리지 그 실태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제기된 문제인식 위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기업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투자 등 경영관련 애로사항은 대통령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점검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경제발전의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규제체계를 사전적이고 원칙적인 규제방식(포지티브 시스템)에서 사후적이고 예외적인 규제방식(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전적 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양심적인 다수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비용과 불편을 최소한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셋째로 규제개선 관련 입법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 규제개선 과제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될 경우에는 법령개정 소요기간(현행 3∼6개월)을 단축하기 위해 부처협의 등 행정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기한 내 법령개정이 마무리되도록 관계부처의 추진상황을 점검·독려해야 한다. 특히 법률사항은 국회와 협조해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용모 건국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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