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을 주로 하는 삼성전자 경기 기흥사업장. 요즘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첨단 절수 시스템 도입에 나서 물 사용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 공장의 하루 물 사용량은 3만5000t 수준.
그러나 생활오수나 공장폐수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하루 1만5000∼2만t의 물을 더 사용했을 것이라고 공장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공장이 물 절약 대책에 나선 것은 95년. 이돈우 환경담당 차장은 “가뭄이 잦고 공장 주변의 용인시 화성시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데다가 생산라인은 계속 늘고 있어 용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절수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생활오수나 공장폐수를 재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밀조사한 뒤 연차적으로 물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6년간 절수 대책을 위해 투자한 돈은 34억원 가량.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경제적 효과는 엄청났다.
용수 사용량 절감으로 연간 20억원을 아낄 수 있었고 폐수처리량도 자연스레 줄어 폐수처리비용을 연간 38억원이나 줄일 수 있었으며 신규 폐수처리시설 설치비용 24억원을 절감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317억여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도 물 절약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물 사용량 411만6000t 절감, 4억7000만원 원수 구입비용 절감’이 지난해 포철의 절수 대차대조표. 99년 포철의 물 사용량은 하루 평균 14만5000t이었으나 요즘엔 하루 9만5000t으로 줄었다.
제철소 특성상 다량의 냉각수를 써야 하는데 이를 한번 쓰고 버린다면 엄청난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활용 횟수를 늘렸다. 또 전에는 용수 사용 현황을 월별로 관리했으나 요즘엔 하루 단위로 점검해 특정 공정에서 물 사용량이 급증하면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남여광 수질보전과장은 “용수를 주로 영천댐에서 끌어오는데 사용량의 20%를 줄여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포항제철’이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화성시 중외제약은 연간 8000만병의 수액을 생산하기 위해 하루 1200t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쓰는데 용기 세척 등에 쓴 물은 미생물 배양을 통한 자연정수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특히 정화된 물의 순도를 확인하기 위해 저수장에 민물고기도 기르고 있으며 물이 부족한 농가에 물을 공급해 주기도 하는데 이번 가뭄 때 큰 도움이 됐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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