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건설교통부는 수요관리를 통해 생활 공업 농업용수 부문에서 연간 총 16억t을 절감하더라도 2006년부터 직접적으로 물부족을 겪게 되는 만큼 지금부터 댐을 건설하지 않으면 조만간 심각한 물 기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당면한 물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장마철에 버려지는 물을 가두었다가 갈수기에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건교부로서는 몹시 다급한 실정이다. 환경단체 반발로 인해 착공 직전까지 갔던 강원 영월군 동강댐이 2000년 백지화된데다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적인 댐 건설도 주민 반대로 인해쉽지 않은 실정. 92년 장흥 탐진댐이 착공된 이후 10년 동안 단 한 건의 댐공사에도 착공하지 못했고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수천명의 인력을 정리했다.
이는 댐 건설을 위한 적지 부족이라는 실질적인 고민뿐만 아니라 그동안 댐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환경 파괴가 여론화되고 지역사회의 분열, 주민 반대도 극심한 때문이다. 실제로 건교부가 올해 초 2011년까지 완공할 한탄강 밤성골 송리원 이안천 김천 화북 등 12개의 다목적댐 건설 예정지를 발표했지만 단 한 곳도 주민 반대에 부닥치지 않은 지역이 없다.
환경단체들도 “정확한 물 수요량 산출 근거도 없이 엄청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가져오는 댐 건설을 강행해서는 곤란하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댐은 모두 1213개. 국토 면적당 밀도로 따져 세계 1위, 절대 수치로도 세계 7위의 규모다. 이 가운데 홍수조절과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다목적댐은 15개, 발전용 댐이 10개, 기타 소규모 용수전용댐과 농업용 저수지, 하구둑 등이 포함돼 있다.
댐건설반대국민운동 측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댐을 지었지만 홍수피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농촌 고지대는 만성적인 물부족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동안 댐 건설이 가져온 생태계 폐해와 지역사회의 분열 등을 생각해 보라고 반문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廉亨喆) 회원팀장은 “물이 부족하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더구나 정부가 건설코자 하는 댐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은 가뭄지역이 아니다”며 댐 건설로 인해 가뭄지역이 받게 될 혜택은 0.2%에 불과하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자체 분석이라고 말했다.
댐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싼샤댐을 건설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벌써 몇 년째 댐 건설이 중단돼 있으며 기존의 소규모 댐들도 해체해 나가고 있다. 또 일본도 대형댐 건설정책을 포기했다.
댐 건설에 대한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물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는 댐 건설 이외의 다른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수요관리 차원의 대안으로는 물값 현실화와 물 아껴쓰기 운동 등이 있다. 그리고 공급 차원의 대안으로는 △식수용 저수지 등 중소 규모의 저수지를 전국적으로 분산 설치하고 △강변여과수 지하수 개발 및 해수 담수화를 통한 대체 수자원을 개발하며 △버려지는 빗물이나 하수처리수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