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의 내사종결 경위와 해명에는 의문점이 많아 의혹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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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대가성 여부〓검찰은 김 차장에게 돈을 줬다는 이경자(李京子)씨의 진술이 사실이더라도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으며 처벌할 수 없는 수사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회사 고문 강모씨의 권유로 2000년 9월 8일 추석 연휴 전에 ‘떡값’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단순히 ‘떡값’을 받은 김 차장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일선 검사들조차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대가관계와 처벌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가관계가 없다는 ‘판단’부터 하고 사실에 대한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설령 김 차장이 ‘떡값’으로 받았다고 해도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만큼 사실관계를 철저히 수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 사건과 비교해도 돈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석연치 않다.
김 전 단장은 지난해 9월 9일 교육문화회관 커피숍에서 이씨를 만나 500만원을 받았고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을 인정해 기소금액(5500만원)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김 차장이 하루 전날 같은 장소에서 받았다는 1000만원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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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김은성 차장에 돈줬다" - 국정원 간부 금품수수의혹 파문 |
▽거꾸로 된 수사〓검찰은 통상적으로 뇌물 수사에서 돈을 줬다는 진술이 어느 정도 구체적이면 돈을 받았다는 사람이 전면 부인해도 기소해왔다. 돈을 줬다는 사람보다 받았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93년 슬롯머신사건 수사를 들 수 있는데 당시 검찰은 박철언(朴哲彦) 의원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씨를 구속기소해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는 “돈을 줬다”는 이씨의 진술보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김 차장의 말을 더 믿었다.
한 변호사는 “검찰의 결론이 사실이라면 이씨가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김 차장을 허위사실로 모함했다는 얘긴데 그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수사 시점〓검찰은 1년 가까이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다가 본보의 김 전단장 금품수수 사건 수사 압력 의혹 기사가 나간 뒤 수사를 재개해 한달여만에 내사 종결했다. 이씨에게서 최초로 김 차장의 금품수수 진술을 받았던 수사 검사는 김 전단장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 지휘부와 장기간 대치하며 갈등을 빚고 6월 정기인사에서 헌법재판소 파견발령을 받았다.
김은성차장 금품수수 의혹 사건 수사 의문점 쟁 점 수사 결과 검찰의 해명 의문점 돈의 대가성 여부 대가성 없음 이경자씨가 추석 떡값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 돈의 전달 여부 확인 전에 대가성 여부 결론 내릴 수 있나 엇갈리는 진술 돈은 전달되지 않았다 김은성차장과 연결자 강모씨가 김차장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 돈을 줬다는 이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이씨가 안준 돈을 줬다고 거짓말했을까 수사 시점 국정원 경제단장 금품수수 사건이 터진 뒤 수사 착수, 사실상 내사 종결 강씨가 잠적해 수사 진행 차질 재수사 착수 직후 잠적했던 강씨가 검찰에 출두, 전격적으로 내사 종결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김은성차장은 누구▼
김은성(金銀星·56) 국정원 2차장은 1971년 중앙정보부에 공채로 들어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명칭이 바뀌는 동안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대전지부장과 정보학교 교수 등을 지냈다. 그는 특히 새 정부 들어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에 발탁됐으며 지난해 4월 암으로 숨진 엄익준(嚴翼駿) 차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 국내담당 업무를 총괄하는 2차장에 임명됐다.
서울 출신으로 용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 동국대 대학원을 나왔다. 호남 출신(전남 장성) 검사로는 드물게 검찰 고위직에 올랐던 김영천(金永千·지난해 8월 타계) 전 대검 차장이 부친. 국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김 차장이 새 정권 들어 요직에 발탁된 배경에는 부친의 후광도 많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 실세들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지난해 11월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 간부들에게 MCI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수사상황을 문의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 차장은 당시 자신의 딸과 진씨 사이에 혼담이 있어 사윗감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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