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의 구속을 지켜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낙담이요 절망이다. 물론 그는 아직도 수뢰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유죄냐 무죄냐는 긴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그가 후배 검사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참으로 못 볼 것을 본 기분이요, 사정 그리고 공직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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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택곤씨라는 ‘진승현 게이트’의 로비스트를 만나 청와대 집무실에서까지 몇 백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게 수사팀의 발표다. 수뢰의혹 보도가 터지자 신씨는 ‘만일 돈 받은 게 사실이라면 할복 자살이라도 하겠다’고 호언했다. 이제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무슨 말을 신뢰해야 할지 어지럽고 암담하다. 검찰 역사에 얹혀진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오점, 검사라는 ‘공익을 대변’하는 직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후유증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영삼 정부 때는 슬롯머신 사건으로 고검장이 구속되고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때는 전별금을 받은 검사장이 물러났었다. 최근에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고검장을 비롯해 간부 세 명이 옷을 벗은 사건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신씨가 구속된 것이다. 얼굴이 깎이고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무슨 권위로 법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차단해 낼지 걱정스럽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성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검찰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씨 구속은 김 대통령의 대표적인 인사 실패로, ‘국민의 정부’의 치욕으로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변명하기조차 부끄러운 현 정권 내부 기강의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임기의 남은 기간에라도 전철을 밟지 않도록 나라 전체를 보면서 올곧고 청렴한 인재를 기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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