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울산 교육계비리…일부교장 후임자에 '뇌물수업'도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07분


현직 교장 등이 대거 적발된 울산지역 교육계 비리 수사 결과 이들이 뇌물을 수수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후안무치한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한국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 모 초등학교 행정실장의 학교 공사 관련 비리를 제보하는 글이 울산시교육청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재된 뒤부터. 이 행정실장이 “나의 결백을 검찰이 밝혀달라”고 담당 검사에게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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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3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학교 공사 및 납품업자 100여명이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교장 등 73명의 명단과 뇌물액 등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검찰이 이 리스트에 따라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하자 이들은 온갖 연줄과 방법을 동원, 로비를 시도했다.

한 교장은 자신을 문제삼지 않으면 다른 교육계 인사의 비리를 제공하겠다는 ‘뒷거래’를 제의해 수사관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며 또 다른 교장은 행정실장에게 “내 죄까지 덮어써주면 퇴직금 가운데 5000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하기까지 했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장과 행정실장이 서로 범죄사실을 떠넘기는 꼴불견도 수사관 앞에서 연출됐다.

모 행정실장은 자신에게 뇌물을 준 업자에게 “돈을 되돌려 줄 테니 검찰에서 뇌물공여사실을 부인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또 다른 행정실장은 자신에게 돈을 준 업자 4명을 미리 도피시키기도 했다.

또 일부 교장은 후임 교장에게 뇌물을 잘 주는 업체와 어떤 업체로부터 어떻게 돈을 받아야 뒤탈이 없는지 등을 알려주는 ‘뇌물수업’도 시켰다. 한 행정실장은 업체가 공사 이익금의 절반인 750만원을 사례비로 제시하자 “50만원만 더 써라”며 뇌물액수를 흥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교육계의 비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교육계에 대한 불신 증폭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적극적이고 상습적으로 1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11명만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계의 뿌리깊은 부패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정노력은 물론 예산집행방법 변경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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