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 모 초등학교 행정실장의 학교 공사 관련 비리를 제보하는 글이 울산시교육청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재된 뒤부터. 이 행정실장이 “나의 결백을 검찰이 밝혀달라”고 담당 검사에게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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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3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학교 공사 및 납품업자 100여명이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교장 등 73명의 명단과 뇌물액 등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검찰이 이 리스트에 따라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하자 이들은 온갖 연줄과 방법을 동원, 로비를 시도했다.
한 교장은 자신을 문제삼지 않으면 다른 교육계 인사의 비리를 제공하겠다는 ‘뒷거래’를 제의해 수사관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며 또 다른 교장은 행정실장에게 “내 죄까지 덮어써주면 퇴직금 가운데 5000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하기까지 했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장과 행정실장이 서로 범죄사실을 떠넘기는 꼴불견도 수사관 앞에서 연출됐다.
모 행정실장은 자신에게 뇌물을 준 업자에게 “돈을 되돌려 줄 테니 검찰에서 뇌물공여사실을 부인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또 다른 행정실장은 자신에게 돈을 준 업자 4명을 미리 도피시키기도 했다.
또 일부 교장은 후임 교장에게 뇌물을 잘 주는 업체와 어떤 업체로부터 어떻게 돈을 받아야 뒤탈이 없는지 등을 알려주는 ‘뇌물수업’도 시켰다. 한 행정실장은 업체가 공사 이익금의 절반인 750만원을 사례비로 제시하자 “50만원만 더 써라”며 뇌물액수를 흥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교육계의 비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교육계에 대한 불신 증폭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적극적이고 상습적으로 1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11명만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계의 뿌리깊은 부패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정노력은 물론 예산집행방법 변경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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