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중진 및 소장파는 물론 중도파로 분류돼 온 상당수 의원들도 “이 총재가 현 위기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 이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며 불만과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아침 일부 비주류 당직자들이 사표를 내던지면서부터 순탄치 않은 하루를 예고했다. 비주류지만 이 총재에 우호적이었던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 기자실을 찾아와 “당내 갈등의 수습 노력이 벽에 부닥쳤음을 절감한다”며 이 총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영춘(金榮春) 당 대외협력위원장도 “정치개혁의 염원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나서야 할 때”라며 당직을 던졌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탈당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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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주류-비주류 대치 |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이 총재의 수습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이날 오후 중국으로 떠났다. 이 총재측의 설득 시도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측근들은 “결국 탈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도 이날 난상토론 끝에 당이 위기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수습책이 미흡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성헌(李性憲) 의원이 “성명서 수위가 너무 낮다”며 공동 대표직을 사퇴하는 등 미래연대 내부적으로도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영춘 이성헌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총재의 재결단을 촉구한 반면, 남경필(南景弼)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 주류측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총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맞섰다.
대구 출신으로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가까운 김만제(金滿堤) 의원도 “정책정당에서 일하고 싶다. ‘탈당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의 핵심 측근인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는 “배가 흔들리면 쓸데없는 쥐새끼들이 왔다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끄떡없다”며 비주류측을 맹비난, 주류와 비주류가 정면 대결로 치달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총재의 적극적인 포용 노력도 감지돼 결과가 주목된다. 이 총재의 한 측근에 따르면 이 총재는 19일 밤 홍사덕 의원을 만나 협조를 당부한 데 이어, 김덕룡 의원과도 조만간 만날 방침이라는 것. 20일 시도 지부장 만찬에서도 이 총재는 비주류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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