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이인제 왜 U턴했나…“명분지켜야 새기회” 충고 수용

  • 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35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26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 끝에 경선에 계속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결국 정면돌파가 살길이라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때 후보직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검토했던 이 후보가 경선에 복귀키로 한 것은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명분을 지켜야 나중에라도 기회가 온다. 새로운 정치실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역 의원들의 집중적인 설득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동안 큰 힘이 돼온 동교동 구파측으로부터 “판을 깨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사가 간접 전달돼온 것도 이 후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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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97년 신한국당 경선불복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 후보로서는 “이번에 또 국민경선을 깰 경우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경선을 중도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비난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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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지역 중 6개 지역 경선에서 52.6%를 득표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가 이처럼 고심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경선을 계속해도 들러리 역할밖에는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유철(元裕哲) 의원이 “이 후보는 제주 광주 강원 등에서의 잇따른 석패(惜敗)엔 ‘작전세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밤 대책회의를 마친 뒤 서울 강남구 자곡동 자택 앞에 몰려 있던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자택 칩거 이후 처음으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때부터 이 후보가 마음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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