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대공세 "경선 권력개입하면 반드시 실패"
충북지역 지구당을 방문한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에 권력의지가 개입해서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을 대놓고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김심(金心)의 경선개입의혹을 제기하면서 DJ에게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이 후보는 또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김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비쳐지고 있다는 전날 발언은 영남후보로는 대선에서 필패(必敗)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영남출신이 아닌 만큼 영남출신 후보를 내세워 영남의 표를 빼앗은 뒤 여기에 호남표를 더하면 된다는 논리를 정면반박한 셈이다. 그는 이날 ‘영남후보론은 호남지역주의와 영남 신지역주의의 결합’이라고 비판함으로써 결국 영남후보론이 호남의 고립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측 반격 "언제는 자기가 DJ적자라더니…"
노 후보는 충북 충주 지구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동교동계에 업혀 있을 때에는 아무 말도 않다가 지금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 후보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노 후보는 “어떤 때는 ‘DJ의 적자(嫡子)’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DJ와 차별화’를 얘기하는 등 지지도나 유불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노 후보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도 “이 후보의 ‘꼭두각시’ 발언은 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 후보는 어떤 때는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했다가 어떤 때는 한나라당 시각에서 말하는 등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특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연어든 철새든 정치인이든 귀소(歸巢)본능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댔다.
▼黨지도부 우려 "지나친 공격땐 공멸" 진상조사 나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 후보가 김 대통령에게 까지 직격탄을 퍼붓는 양상으로 경선이 진행되자 자칫하면 ‘판이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가 이 후보의 ‘김심 작용’주장에 대해 증거자료를 내놓을 것을 요구키로 하는 등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주선(朴柱宣) 공명선거감시단장은 “당내 경선은 본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공격은 자칫하면 공멸과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선관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이날 열린 당선관위 회의에서도 뾰족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노무현-이인제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해왔던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경선을 혼탁하게 만드는 구시대적 정략”이라며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연청의 일부 하부조직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을 수 있으나 이를 두고 그 뒤에 대통령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 후보는 근거가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金心 작용했나 …李측 "聯靑 움직임 많은 정보 있다"
이 후보는 충북 충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청의 움직임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때에도 마지막 순간에 연청이 자신을 견제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연청의 움직임’에 대해 한 측근은 제주 경선 당시 이 후보를 지지하던 연청 조직이 막판에 한화갑(韓和甲) 고문 지지로 돌아선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또 대구 경선에서 한 연청 회원이 노 후보 지지 활동을 하는 현장을 적발했으며, 한 고문의 중도사퇴 이후 연청 회원들이 노 후보지지 쪽으로 돌아선 점 등도 이 후보 측이 내세우는 논거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아직 정황증거만을 내놓을 뿐 연청의 움직임에 김심이 개입돼 있다는 결정적 물증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청의 한 관계자는 “회원 가운데 지구당 대의원이거나 당원 선거인단으로 선출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일뿐”이라며 “연청 회원이나 출신자들 중 이번 경선 선거인단에 뽑힌 사람은1000명 정도에 불과해 경선의 향배를 좌우할 힘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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