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김홍걸씨 ‘자금출처’ 의혹

  • 입력 2002년 4월 18일 17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에게 민사소송 합의금 55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금출처’에 관한 의혹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

▽돈 빌려준 외가친척?〓홍걸씨와 함께 소송당사자가 돼 있는 윤석중(尹晳重) 대통령해외언론비서관은 지난해 5월 이 전 의원과의 합의 당시 지급한 11만달러(합의금 10만달러+별도 법원처리비용 1만달러)의 출처에 대해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외가친척에게서 빌린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말을 믿지 않고 있다. 홍걸씨 본인도 이 전 의원에게 합의금 지급을 약속할 때 로스앤젤레스의 집과 한국의 일산 땅만을 거론했을 뿐이었다는 것.

이 전 의원은 “수표와 현금을 같이 받았는데 수표를 처리한 변호사가 발행자를 조회해 보니 이름이 이니셜(머리글자)로만 돼 있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한국인인 것 같았지만 나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 분(외가친척)의 신상에 관한 것이어서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김 대통령의 막내처남 이성호(李聖鎬)씨의 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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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땅〓홍걸씨가 이 전 의원과의 소송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2억원가량에 처분한 것으로 드러난 일산 땅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매입 비용의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일산 땅은 홍걸씨가 94년경 서울에 있던 전셋집을 내놓고 산 나대지 70평으로, 토지공사로부터 분양받은 본인 명의의 재산인 것으로 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재산공개 때 홍걸씨 재산의 고지를 거부했다며 말이 전세금이지 실제로는 김 대통령이 사준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서류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여부〓이 전 의원이 작년 11월 김무성(金武星) 당시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에게 보낸 팩스에는 “마침 FBI에서 연락이 와서 김홍걸씨 재정문제와 협박부분을 조사하는데 진술해 달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은 2000년 초 미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홍걸씨 부부가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융자를 받으면서 대출서류에 미국 시민권자로 허위기재하는 등 이민법을 위반했다며 수사를 요구한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보인다. 이에 미 법무부는 “FBI에 의뢰해 이 사건이 수사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이 전 의원에게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FBI가 실제 홍걸씨의 재정 문제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전 의원의 요구에 따라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돈 씀씀이 공세〓한나라당은 18일부터 다시 홍걸씨의 호화생활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졌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당3역회의에서 “대통령 아들이 미국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며 “아버지가 직접 해명하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鄭斗彦)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변변한 직업도 없는 홍걸씨가 100만달러짜리 호화주택에서 6만5000달러짜리 일제승용차를 굴리고 있고, 얼마 전엔 월 평균 8700만원을 사용한 금융거래자료가 발견됐다”며 홍걸씨의 즉각 귀국과 검찰 출두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이 전 의원이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패소당한 내용을 근거로 그렇게 무책임한 주장을 되풀이해서야 되느냐”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무대응〓청와대 측은 홍걸씨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미 이 전 의원의 입을 통해 잡지 등 언론에 수없이 거론됐던 얘기들이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침묵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대통령의 아들이 돈을 써 소송을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데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또 다른 시비에 말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양자 간에 소송 문제를 마무리짓기로 한 시점에서 갑작스레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자 이 전 의원도 무척 당황해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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