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자’에 대한 이 같은 과잉 보호로 미뤄볼 때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비리에 연루된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도피와 최규선씨에 대한 밀항 권유설에도 권력기관이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시민 비난〓시민들은 15일 청와대와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잇따라 항의성 글을 올렸다.
‘한돗대’라는 ID의 네티즌은 동아닷컴에 올린 글에서 “공권력이 동원된 비밀작전은 많은 국민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며 “도대체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그가 그런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ID ‘하늘 같은 국민’은 “진정 국민 앞에 속죄하는 마음이 있다면 돌을 맞을 각오로 국민 앞에 서서 죄 값을 받고자 하는 겸허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부 김수정(金秀貞·28·서울 관악구)씨는 “잘못한 것이 있든 없든 떳떳하게 들어와 조사를 받아야지 무슨 영화촬영하는 줄 아느냐”며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처벌까지 특혜를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무원 송정윤(宋政潤·41·경기 고양시)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호화생활을 한 것만으로도 국민감정을 상하게 했다”며 “대통령 아버지의 ‘우산’ 속에 숨으려 하지말고 떳떳하게 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력기관의 개입〓인천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걸씨가 귀국한 14일 오후 7시반경 인천공항 48번 주기장(駐機場)에는 청와대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자 2명과 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3, 4명 등 6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홍걸씨가 입국심사와 세관심사를 끝낸 오후 8시경 서쪽 귀빈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EF쏘나타 승용차와 싼타페, 포텐샤 등 3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고 함께 사라졌다.
특히 국정원은 이날 오후 7시5분경 인천공항경찰대에 “동편 귀빈 주차장 쪽에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1개 소대 병력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해 관심을 분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또 일부 언론과 항공사에 “홍걸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 도쿄(東京)를 거쳐오는 대한항공 KE002편에 탑승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1개 소대를 동편 귀빈 주차장에 배치했을 뿐”이라며 “국정원이 모든 것을 총괄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홍걸씨의 극비 귀국은 청와대의 주도로 국정원이 적극 협조했고 시일이 촉박한 상태에서 홍걸씨의 소환 통보 사실을 밝힌 검찰과 경찰은 들러리를 서거나 간접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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