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美장갑차 사망사고' 파문 확산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0분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300여명이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 이동영기자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300여명이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 이동영기자
13일 경기 양주군에서 여중생 2명이 훈련중인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이 ‘진상규명’과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을 요구하며 경기 의정부시 미군2사단 사령부 앞에서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신효순, 심미선양을 보내며…
(시민티비 제공)

☞ 미군기지앞 시위 동영상 보기
(민중의 소리 제공)

☞ 추모 영상 자료 보기
(자통협 제공)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의정부시민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 300여명은 26일 경기 의정부시 가릉동 미2사단 사령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뒤 일부 참석자들이 철조망을 뜯고 미군부대 내에 진입했다.

미군측은 한국 주둔이래 처음으로 시위대가 기지에 난입했다며 심각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위대 미군부대 진입〓26일 오후 5시40분경 캠프 레드클라우드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끝낸 직후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2, 3명이 절단기로 미군부대 철조망을 가로 1.5m, 세로 2m 크기로 잘라냈다.

집회후 대표단이 항의서한을 미군측에 전달하기 위해 기지내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정문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철조망을 뚫은 것.

이를 통해 청년 10여명이 미군기지로 들어갔고 곧바로 취재기자 3, 4명도 뒤따랐으나 무장한 미군 50여명에게 제지당해 2분여 만에 기지 밖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방송 ‘민중의 소리’ 소속 한모(32), 이모 기자(31·여)가 미군에 연행돼 3시간 동안 기지내에 붙잡혀 있다가 의정부경찰서에 인계돼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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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측 반응〓진입사건 직후 미2사단은 “기지의 철조망을 뚫고 시위대가 난입한 사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불법행위는 한국법에 따라 처벌되기 바란다”고 밝혀 기자 2명 외에 기지에 들어왔던 10여명의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미군측은 기지내로 들어온 시위대를 기지내에서 규정에 따라 막았으며 학생들이 던진 돌에 맞아 병사 9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미2사단 채양도 공보관(59)은 “군부대는 학교나 관공서와 다른 특수성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난입을 시도한 것은 적으로 간주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미2사단은 한국을 방위하는 유일한 전투사단임을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유족들에게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주최측 반응〓시위를 준비한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군부대 진입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나 미군의 무성의한 태도가 불러온 사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원회측은 “미군측이 밝힌 사고경위가 석연치 않은 데다 항의서한마저 접수하지 않는 등 무성의한 데 대해 유족과 시민단체의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28일 미2사단 앞에서 다시 항의시위를 벌이고 29일에는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2명의 유가족은 27일 사고를 낸 장갑차 운전병 워크 마크 병장(36)과 동승한 장교, 소속 부대장 등 미군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했다.

▽사고 발생〓13일 오전 10시45분경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에서 이 마을에 사는 조양중학교 2학년 신효순(14), 심미선양(14) 등 2명이 무게 54t인 미2사단 공병대 소속 장갑차가 뒤에서 덮치는 바람에 오른쪽 궤도에 치여 숨졌다.

미군측은 “장갑차 운전석에서는 오른쪽이 잘 안보여 조수석 탑승자가 이를 보조하고 있었는데 사고 당시 30m 전방에서 신양 등을 발견한 탑승자가 운전병에게 2차례 경고를 했으나 장갑차 엔진소리에 운전병이 이를 알아듣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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