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중국적자가 된 사람도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추세 속에서 이중국적이 갖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문제인가.
▽이중국적자란〓이중국적자란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외국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호적법에 따라 이를 재외공관에 신고하게 돼 있으나 신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적발도 쉽지 않아 그냥 이중국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은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에 관계없이 일단 미국 국적을 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중국적자가 된 사람을 정부는 2만5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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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의 순기능〓이중국적, 특히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언어의 장벽을 극복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은 경제 발전, 정보 교환, 인적 물적 교류 등에서 그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추세 속에 이중국적자가 갖는 순기능 쪽을 더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정부가 1997년 ‘재외동포 우대법’을 만들어 해외 거주 한국인에게 이중국적자에 준하는 처우를 해주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대만 스위스 영국 캐나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등 47개국쯤 된다. 이들 나라 역시 재외동포들의 자국 경제에 대한 기여, 일체감 고양 등의 목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중국적으로 인한 특혜와 악용의 문제〓문제는 이중국적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은 누리면서 의무는 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병역이다. 18세 이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경우 미국과 한국 국적을 함께 갖고 있다가 만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전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은 자동 상실된다. 즉 군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 31명이던 국적 이탈자는 2001년 646명으로 껑충 뛰었다.
신변안전도 큰 혜택 중의 하나다. 이중국적자인 B씨(26·회사원)의 경우 전쟁이 나면 자국민 우선보호 정책에 따라 한국인들보다 먼저 다른 나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는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전쟁 시 대피요령을 담은 우편물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이중국적자들이 제일 먼저 다른 나라로 도피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미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입학은 물론 학자금 대출, 등록금, 장학금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미 공립학교의 경우 등록금의 50%를 면제해 주는 곳도 있다. 거꾸로 한국의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진학할 수 있다.
물론 이중국적자이면서도 병역을 마친 사람도 없지 않다.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난 B씨(29·회사원)는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군대를 마쳤다. 그는 병역면제를 위해 이중국적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리만 따먹고 의무는 다른 한국인에게 떠넘긴 파렴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국적법상 이중국적자의 국적 선택과 처벌 | |
국적선택 시기 (만나이)
| ·20세 미만의 이중국적자는 22세가 되기 전 둘 중 하나 선택. 단, 남자의 경우 18세가 되는 해 1월1일 부로 병역의 의무가 부과 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하나의 국적 선택. ·18세 이전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남자의 경우 병역을 마친 날 또는 면제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국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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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 ·위와 같이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한국국적 상실. ·적발되면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출입국, 체류, 주민등록, 여권발급 등에 있어 처우 제한. ·불법체류기간과 고의성 여부에 따라 10만원 이상의 벌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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