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책임론〓장상(張裳) 전 총리서리에 이어 거듭 총리지명자가 낙마하자 김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측은 일단 “그렇게 애원하다시피 했는데…”라며 정치권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또 “정치권의 정쟁(政爭)에 국정이 볼모가 됐고 장 총리지명자가 그 희생양이 된 것이다”며 청와대로 향하는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보좌진은 ‘부적절한 인물을 제대로 검증도 않고 총리로 천거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당장 인준 부결 직후부터 김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으며 민주당 일각에서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조차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가 만만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서진이 김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서도 당장 비등할 청와대 책임론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서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다고 해도 김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임기 말에 대통령비서실 인사권마저 타의에 의해 좌우된다면 총체적 국정마비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조차 “대선을 코앞에 두고 청와대의 선거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나라당의 주요 타깃은 박지원 실장이다. 박 실장 문제의 해결 없이 향후 수습책은 찾기 어렵다”며 김 대통령의 결단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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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리 인선 한달이상 걸릴듯▼
▽새 총리 인선은?〓장상 전 총리서리의 낙마 이후 김 대통령이 새 총리를 물색하는 데는 9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더욱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새로운 후임자를 정해서 국회에 동의를 요청할 것이다”고 밝혔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장 “이런 상황에서 이제 어떤 훌륭한 사람도 청문회에 내세울 수 없다. 누구를 또다시 그런 무자비한 도마에 올려놓겠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예 새 총리를 지명하지 않고 6개월만 넘기면 될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상 행정부의 제2인자인 총리가 없는 상태에서 국정을 이끌어 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장 총리직 공석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김 대통령도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인선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새 총리 물색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다만 새 총리 인선에는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직무대행 임명 부정적▼
▽다시 총리서리 임명하나〓새 총리 인선에 시간이 걸릴 경우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정부조직법 22조에 따라 총리직무대행을 임명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또다시 위헌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총리서리를 임명하려 할 경우 ‘오기(傲氣) 정치’라며 강력히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박선숙 공보수석은 “직무대행 임명은 법적 문제가 있는 만큼 (총리서리 임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조직법상 ‘사고’의 경우에만 직무대행을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도 규정이지만 업무가 많은 경제부총리를 총리대행으로 임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청와대 안팎에선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를 총리직무대행으로 할 바에는 차라리 총리서리로 임명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총리서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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