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사설]김법무 해임안처리 강행 옳은가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39분


현 정권 들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13차례였고 탄핵안도 6차례나 발의됐다. 그때마다 정치권엔 살기가 돌았다. 그 가운데 가결된 것은 지난해 8월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안뿐이었다.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해임안 탄핵안이 남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번 해임안의 대상은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이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朴榮琯) 부장을 유임시킨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우리는 이미 박 부장 교체를 요구한 바 있지만 김 장관 해임안 처리의 강행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그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와 국무위원 해임안 처리는 의미와 성격이 같지 않다. 인준은 헌법상 절차이지만, 해임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행위다. 총리지명자 인준안 부결로 힘의 우열이 확인된 상황에서 김 장관 해임안 처리까지 밀어붙인다면 한나라당에도 유익하지 않다. 제청권자인 총리도 없는데 장관을 해임하면 후임자를 임명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현실적으로 모든 장관을 해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한나라당은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더 나아가면 힘센 자의 전횡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 끝없이 계속되는 정쟁에 식상해 있고 타협과 양보가 실종된 정치권의 살풍경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 장관 해임안 처리 강행과 민주당의 실력 저지가 맞부닥쳐 파열음을 낼 경우 국민은 또 한번 고개를 돌릴 것이다. 이런 싸움에서는 양쪽 다 패자가 될 뿐이다.

양당 모두 숨을 고르고 전의(戰意)를 삭여야 한다. 김 장관 자신도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박 부장 교체도 거듭 촉구한다. 한나라당의 자제로 이번 일이 정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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