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도 정 의원측이 밝힌 2001년 이후의 종합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명세는 국세청이 발급한 납세증명서 사본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정 의원측이 ‘재가공’한 2차 자료였다.
여기에다 이 자료조차도 정 의원측은 “17일까지는 공개해달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사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몇차례나 시간을 미룬 끝에 마지못해 내놓았다. 이 뿐만 아니라 정 의원측은 170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의 상세한 내용조차도 별도로 내놓지 않고 “올해 2월의 재산등록 내용을 참조해달라”는 무성의한 자세를 보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기자가 국세청측에 확인한 결과 납세증명서는 대리인이 가더라도 본인의 도장과 대리인의 신분증만 있으면 즉석에서 발급해주는 서류라는 점이다.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점은 정 의원측이 상속세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밝힌 이유다.
“매년 내는 것도 아니고, 이를 밝힐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크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현행법은 선출직 희망자에 대해서는 재산과 세금납부 명세를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직선거 후보가 재산과 세금납부 명세를 밝히고 있다.
심지어 국무총리 지명자 두 사람이 세금납부 의혹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던 기억도 국민의 뇌리에는 생생하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 2세’의 대권도전에 의구심을 보이는 국민이 아직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누가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스스로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그가 주장하는 ‘정치개혁’과 ‘투명한 정치’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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