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일 김대업(金大業)씨와 함께 녹음테이프를 조작했다는 K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K씨의 기자회견은 유야무야 됐다.
병풍대책에 관여중인 한 당직자는 “김씨의 테이프를 친구와 함께 조작했다고 제보해온 K씨가 대구에서 서울로 왔지만 김씨로부터 대가로 수표를 받았다는 K씨의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의 자형이 김씨와 친구였는데 기사가 나간 뒤 회유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대업정치공작진상조사단장인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8일 “정형근(鄭亨根)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함께 대구로 가 김씨로부터 받았다는 수표를 갖고 있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검찰에 바로 증거를 제출해야만 면책을 받기 때문에 대검에 내겠다’고 말했다”며 “현재 제보의 의도나 정치적 배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고위당직자는 회견을 못한 실제 이유는 제보자들이 대가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제보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고, 김씨의 ‘역공작’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양심선언 회견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또 K씨가 전과 7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심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원본이라며 자신이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가 수사를 통해 복사본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테이프 조작설을 부인하고 있다.
또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지난달 23일 서울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서 “김대업씨로부터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설훈(薛勳) 의원, 서울지검 박영관(朴榮琯) 부장검사와 병풍공작을 협의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 있다”면서 김씨와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선호형씨의 증언 테이프를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홍 의원의 폭로 직후 선씨가 납치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씨는 공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선씨를 만났던 한나라당 관계자는 “선씨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다고 했지만 당 지도부에서 굳이 병풍 논란을 되살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 회견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선씨의 증언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잠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증언자들을 공개하지 않자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가 중대 고비에 접어들자 한나라당이 가공의 인물 K씨를 내세워 거짓 공작으로 진실을 호도하거나 국면을 전환하려 했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요즘 “검찰 수사에서 김씨의 병풍 주장이 조작됐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성급하게 검증되지 않은 증언을 공개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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