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정치권의 지형변화는 그동안 각 후보진영이 현상 타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예고돼온 것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경우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부상이후 ‘마(魔)의 지지율’인 35%대를 깨지 못하고 있는 데다 충청권에서조차 정 의원에게 밀리면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에서 높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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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학-이완구의원 한나라 전격 입당 |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정 의원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후보단일화협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마이웨이’를 외치면서도 ‘분열하면 필패(必敗)’라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점과 수순이 문제일 뿐, 현상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자민련도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점에서 선택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압력을 정면으로 받게 됐다.
문제는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향후 정국이 극한투쟁과 대결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이날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해 향후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자칫 ‘이회창 대세론’이 다시 확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는 원내 과반수 정당으로서 정국경색에 대한 책임을 무릅쓰고라도 차제에 대세몰이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특히 노-정 두 후보의 후보단일화 협상에 쐐기를 박으면서 DJ와 정 의원에 대한 공세를 병행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단기전술이어서 민생국회로의 전환을 모색하던 정치권 기류는 다시 ‘투쟁’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치권은 각 정파의 개별 의원들의 입장 정리와 자민련의 선택, 후보간 연대가능성 타진이 마무리되는 11월 중순까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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