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위기의 실체와 수위(水位)에 대한 컨센서스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94년의 북한 핵 위기 때의 ‘라면 사재기’와 같은 현상은 빚어지지 않았지만위기의 강도가 그때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발 앞서 다가온 ‘2003년 위기설’〓“평화를 돈으로 사지는 않는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공화당 정부가 2001년 1월 출범하면서 한반도 위기설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그 정점이 ‘2003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전망의 근거는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합의(94년)에 따른 대북 핵 사찰이 조기에, 그리고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하는데도, 북한이 경수로 완공 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 보상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어 극한 대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미국의 ‘9·11 테러’가 터진 데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 시한을 ‘2003년까지’로 설정하자 위기설이 더욱 증폭돼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내 대북 강경파가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입증된 공군의 정밀조준 폭격능력을 내세워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제한 공습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론 94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94년과 2002년의 차이는?〓94년에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하려 한다’는 의혹만으로 한반도가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다.
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자 회의에서 북측 박영수(朴英洙) 단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고 당시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이를 TV뉴스에 보도토록 허락했다.
같은 해 6월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는 가족을 미국으로 귀국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북한이 핵을 갖고 한반도 긴장이나 전쟁을 할 의도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한반도 전쟁 위협과 북한 핵은 별개”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우리는 한반도의 특정 위험에 대해 거듭 분명히 밝힌 바 있고 핵무기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도 우리에게 중대한 우려사항이다. (핵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번 ‘핵개발 시인’의 본질은 ‘북한이 갖지 않기로 국제적으로 약속했던 핵무기를 가지려고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일 3국의 공조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계획단계라면 이를 포기토록 하고, 만약 위험수준에 달할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이를 폐기토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 핵위기’는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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