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회를 통해 표출된 ‘대한민국의 꿈★’을 간직하고 지키려는 붉은 악마의 맑은 뜻을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안도한다. 나아가 할 일과 안 할 일, 서야 할 자리와 서서는 안 될 자리를 구별할 줄 아는 젊은 세대의 의젓함에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 붉은 악마는 월드컵대회 직후에도 모임의 이미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정치권과의 절연 방침을 단호히 밝힌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표가 될 만하다 싶으면 아무데나 기웃거리고 아무것에나 입질을 해대는 정치권의 가벼움에 분노를 느낀다. 국민의 소중하고 순수한 꿈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권의 무신경과 무분별이 두렵기도 하다. 누가 붉은 악마에게 추한 손을 내밀었는지, 누가 그들까지 오염시키려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
정치권은 선거 때면 으레 그랬다. ‘새 피’ 수혈이니 이미지 선거니 하면서 학계 법조계 경제계 연예계 스포츠계를 가릴 것 없이 명망가나 유명인을 마구 끌어 모았다가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 이들의 이미지를 버리고 ‘헌 피’만 양산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97년 대통령선거 때는 모 TV 인기드라마 주인공의 영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붉은 악마의 꿈만은 결코 정치 때문에 탈색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이들의 꿈은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가꿔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6월의 함성과 광화문의 열기, 그리고 그때 그곳에서 분출된 국민적 자긍심을 기억한다면 제발 붉은 악마를 내버려 두라. 그들의 순수성을 정치로 오염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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