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엠비존의 허춘호(許春浩) 대표이사는 “단일화가 되기만 한다면 누가 되든 이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국민은 양자구도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을 밀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양자 대결이 펼쳐진 역대 대선이 예외없이 박빙의 혼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97년에도 대선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인기가 급락하고, 김대중(金大中)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 지지율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대접전으로 이어졌다.
후보단일화가 ‘반 이회창’ 세력의 결집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코리아리서치센터 김덕영(金德榮) 전무는 “단일화 합의 이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선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부동층 중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그러나 이제 그들 중 일부가 단일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누구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일부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이사는 “노, 정 후보는 인생역정과 정책에서 상이한 점이 많지만 지지층 중에는 이 후보를 싫어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누가 후보가 되는지에 관계없이 단일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국민통합21의 이철(李哲) 조직위원장은 “정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노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세력 중 개혁을 희망하는 젊은 유권자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노 후보측도 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정 후보 지지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자체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정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보수세력이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며 “후보 단일화가 산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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