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선관위 초강수 조치의미]"돈선거 차단" 私조직을 死조직으로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32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유력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 첨병 역할을 해온 사조직 및 인터넷사이트에 대해 폐쇄 및 조직 해체라는 초강수 조치를 내린 것은 돈과 조직 중심의 기존 선거운동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각 당과 후보는 전국에 걸쳐 세포처럼 얽혀있는 이들 사조직을 이용, 투망식 득표활동에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의 선거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보들 사조직 실태▼

이날 폐쇄명령을 받은 사조직들은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 걸쳐 방대한 조직을 운영해오다 물증이 잡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모임인 하나로산악회는 회원들에게 배포한 ‘입당원서 받을 시 유의사항’이라는 문건을 통해 “지구당위원장과 사전에 입당원서를 받는 문제에 대해 협의할 것”을 지시하는 등 당원모집까지 해왔다.

이 산악회는 또 “9월5일부터 지부별로 1만명의 회원을 모집, 200만명을 확보하자”는 내용의 ‘100일 작전계획’을 세우는 등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해온 혐의도 받고 있다. 선관위는 이 산악회 간부들이 4일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직능특위 환경위원회 발대식’에서 임명장을 받고 “이 후보의 승리 역군이 된다”고 결의한 사실도 확인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9월19일 노사모 대선특위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승리를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을 공개 표방하고, 민주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적으로 소액 후원금 모금운동인 ‘희망돼지 분양사업’을 벌여왔다. 노사모는 또 자체 홈페이지를 희망돼지 분양사업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위한 기획실과 홍보팀까지 구성,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노사모에 대해 수차례 경고를 했으나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 지지모임인 청운산악회는 중앙본부와 부산본부 외에 34개 지회를 갖추고 사무실 내에 ‘시대는 요구한다, 세계적인 지도자 정몽준’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부착하는 등 선거운동을 해온 혐의다.

▼대선에 미칠 영향▼

선관위의 조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각 후보는 각종 사조직을 이용한 표밭갈이에 의존해온 선거운동 행태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사조직에 의존한 선거운동의 폐해인 대규모 청중 동원과 이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관위의 이날 조치로 노 후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회원수가 6만명에 이르는 노사모에 선거운동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으나 노사모의 활동 대부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하나로산악회 등을 당 직능특위 산하 환경분과위로 흡수해 위법소지를 차단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선관위는 이를 공조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는 ‘정위사’ ‘정사랑’ ‘몽사모’ 등을 통해 의욕적인 사이버 선거운동을 펼치려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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