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앞으로도 TV토론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노, 정 후보간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며 “그러나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단일후보가 선출될 경우 당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의 극적인 반전이 단일후보 돌풍의 ‘동력(動力)’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얘기가 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두 후보로 흩어졌던 공세 포인트를 단일후보가 될 한 후보에게 집중함으로써 공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되자 한나라당의 공세는 거칠어지고 있다.
충청권 공략에 나선 이 후보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5개 방송사 합동토론회에 출연, “(단일화는) 정치적 명분이나 정당성이 없으며 너무나 국민을 속이는 것 같다”며 “정치가 아무리 급하고 이득을 쫓아간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념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확대선거전략회의에서 “노, 정 후보간 단일화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후계자를 뽑는 단일화다”고 비난했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부패 무능 거짓말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DJ 첫째 양자와 둘째 양자가 손잡은 사상 최악의 야합으로 제2의 DJP 야합이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두 후보의 공동선대위 구성 합의와 관련, “탈락 후보가 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합의한 것은 선거법상 매수이해유도죄(232조1항)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단일화를 위한 TV토론과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점도 집중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KBS MBC SBS YTN 등 방송 4사에 공문을 보내 “후보자 등록을 마치지 않은 두 후보간 토론 TV중계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방송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방송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토론을 중계하자 이 후보에게도 다음주초에 같은 시간대 방송 편성을 해줄 것을 방송 4사에 요구했다.
또 당 대변인실은 이날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배포, △조사요원 감시 방법이 없다 △데이터 입력작업에서 인위적 조작 가능성이 있다 △조사기간보다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한나라 1强2中 흔들… “전략 수정”▼
최근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으로 순항하던 한나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단일후보 선출방식에 재합의하면서 대선전략의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단일후보〓김대중(金大中) 부패정권 계승자’라는 논리를 앞세워 단일화의 ‘시너지(통합) 효과’를 무력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부패정권 심판론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단일화 방향에 맞춰 개별 전략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보수-진보’의 색깔구도로 판을 다시 짠다는 복안이다. 노 후보의 진보적 이미지에 맞서 안정지향적 보수성향의 표 결집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 후보가 민주당 주자인 만큼 부패정권 심판론의 강도를 높이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정 후보로 단일화되면 상황은 다소 꼬인다고 당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정 후보가 나설 경우 전선(戰線)이 ‘이회창 대 반(反) 이회창’으로 재편될 공산이 커 반 이회창 표심의 결집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단일화 논의에 대해 연일 ‘정몽준 옹립을 위한 청와대의 시나리오’라고 공세를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노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민주당 탈당파,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이 정 후보 진영에 합류할 경우 제2의 정풍(鄭風)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당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JP와의 연대론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편 노, 정 후보측이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공격할 뿐 이에 대한 대응책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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