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盧-鄭 TV토론 이후]방송사 “난감”…李-權후보도 생중계 요청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5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가 26일 오후 7시 각각 자신들이 여는 ‘국민과의 대담’을 생중계 해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방송사들이 몹시 난감해하고 있다.

방송사측은 일단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지만 두 후보에게 배정하는 시간은 합쳐서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 토론’에 배정했던 112분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KBS측은 “‘후보간 동등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는 선거방송준칙에 따라 두 후보에게 112분 이상 줄 수 없고 각 후보가 56분씩 나눠 쓰는 방법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측은 “이회창-권영길 후보의 대담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토론회와 형평성 차원에서 방송사에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112분 내에서 두 후보가 나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SBS측은 “8시 뉴스 등 기존 편성을 함부로 깰 수 없기 때문에 모든 후보의 생중계 요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후보들의 방송 순서에 대해서도 ‘방송사는 제작에 관여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근거로 “두 정당이 순서와 시간 배분을 미리 합의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반론권 차원이라고 해도 각 정당에서 일방적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KBS 진홍순 보도국장은 “TV토론이 ‘검증’이 아닌 ‘일방적 홍보수단’으로 변질되는데도 방송사는 단순 중계만 할 뿐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며 “정당주최 토론회만 허용한 선관위 결정이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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