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金元吉) 의원은 10월 말 기자와 2시간가량 만나 이렇게 나라를 걱정했다. 그는 “요즘엔 자꾸 히틀러가 연상이 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일본 자민당, 아니 독일의 히틀러보다도 더 심한 나치 독재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까지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에는 이런 얘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혼자 힘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를 거부하거나 야당 준비를 하는 것은 ‘만고의 역적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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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를 구성, 공동대표직을 맡았고 11월 4일 동료 의원 10명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공정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탈당의 변이었다.
김 의원은 이후 11월7일에는 후단협의 독자 신당 창당움직임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나는 무소속으로 남아 후보단일화에 몸을 던지겠다”며 후단협 공동대표직을 내던지는 ‘순수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상규(朴尙奎)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의원은 최근에도 “탈당 의원들이 있었기에 단일화가 가능해진 것”이라며 ‘기폭제론’을 펼치기도 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특히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현 정권의 핵심인물이었다. 그런 두 의원이 정작 자신들이 탈당명분으로 내건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자 26일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내에서는 분노감보다는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가장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이회창 후보를 도와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김원길 의원)
“중소기업인들이 나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한나라당에 가서 안정된 모습을 추구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박상규 의원)
정치인들의 ‘말바꾸기’를 한두 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정치적 명분도 인간적 도리도 내팽개친 이들의 행태에 한때 고락을 같이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는 ‘정치무상(政治無常)’이란 한탄이 새어나왔다.
김 의원의 한 비서관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고, 다른 보좌진은 대낮부터 폭음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용관기자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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