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조작이다. 우리 당이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 현장검증을 하자고 할 때에는 거부하더니, 선거가 급해지니까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폭로가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선거용’으로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 성사 이후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꺼낸 국면전환용 충격요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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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97년에는 사정기관의 계좌추적 자료를 이용해 DJ비자금을 폭로하더니, 이번 대선에는 도청 자료를 들고 나왔다”며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이 후보가 정형근(鄭亨根)식 공작정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한나라당의 폭로가 노 후보를 흠집내면서 ‘정권교체론’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도청 자료라며 공개한 내용 중 민주당 인사가 관련된 5건이 모두 노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내용으로, 의도적으로 조작한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이 5건 중 1건에는 김원기 고문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 노 후보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3건은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통화 당사자로 등장하고 있다는 데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선 당시 국정원이 이 의원의 전화통화 내용을 도청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함으로써 이 의원이 제기했던 ‘청와대 음모론’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국정원의 도청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 정부 내의 도청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형사처벌을 요구하며 강도 높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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