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목한 국정원 내 도·감청 조직은 과학보안국(일명 8국). 한나라당은 “국내외 전화 통화에 대한 도·감청을 총괄해온 8국은 산하에 연구단과 운영단을 두고 있으며, 운영단 소속의 6과가 국내 요인들의 도·감청을 전담하는 국내 도청팀이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도청팀은 과장(3급)과 계장(4급 팀장)을 포함, 총 41명으로 구성된 3개조로 편성돼 있으며 4교대제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국내 도청팀은 하루 평균 3000여건을 도·감청해 이 중 60건 정도를 추려서 8국장에게 보고하고, 다시 30건 정도를 가려내 국정원장과 국내담당 2차장에게 보고해 왔다는 것.
최근 국정원은 내부 정보가 새나가고 불법 도청이 사회 이슈로 등장하자 10월20일 8국을 해체해 운영단의 도·감청 기능은 수사국으로 넘기고 연구단의 기술개발 기능은 12국(방첩국)으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또 “12국 소속 연구단은 최근 큰 여행용 가방 크기의 ‘카스(CASS)’라는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자체 개발,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도청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장비는 2개가 1조로 하나는 자동차 안에서 노트북과 연결해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트렁크 안에 싣고 다니도록 돼 있다는 것. 특히 도청시 안테나를 높이 세우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최근 정부기관과 언론사가 밀집한 광화문 일대와 국회 및 주요 경제단체가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 이 같은 ‘도청 차량’들을 목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도·감청 장비를 사용하려는 부서는 연구단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장비를 빌려 쓸 수 있으나, 사용 즉시 신청서를 폐기하기 때문에 근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국정원 ˝장비개발 계획조차 없다˝
국가정보원은 1일 한나라당의 도청자료 2차 폭로와 관련해 세 차례나 보도자료를 내고 강력히 반박했다.
국정원은 우선 “한나라당이 제시한 도청자료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확실한 증거를 밝히지 못하면 이들 괴문서가 자신들이 모종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생산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 8국에서 ‘카스’라는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개발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관련해 “‘카스’라는 장비의 개발계획 자체가 없다”고 부인한 뒤 “자국의 생존과 안보를 위한 정당한 감청기술 개발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모두 불법장비인 것처럼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은 공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국정원은 이어 “8국은 과거 한나라당 집권시 불법도청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조직으로 현 정부 들어 조직 자체를 해체해버렸다”며 “세계 어느 나라 정당이 국가안보 업무를 수행하는 정보기관의 조직과 기술 연구실태를 왜곡해 공개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나아가 “과거 불법도청을 하게 했던 세력들이 반성은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불법관행이 현재도 계속되리라는 착각을 근거로 현재의 국정원을 매도하는 것은 덮어씌우기를 위한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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