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도올은 자료수집 등을 위해 동남아 일대를 여행하고 있었으며 김 전 회장은 외국 지인의 별장에서 도올을 만나 “평생을 개인의 영예나 이익을 생각지 않고 열심히 일해온 나를 (김대중 정부가)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두 사람의 대화를 26일자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했다.
▽“신흥 관료들은 너무 성급했다”〓김 전 회장은 도올에게 대우가 무너진 이유에 대해 “김대중 정권의 신흥 관료들은 너무도 성급했다”면서 “그들은 대우를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었음을 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도대체 왜 대한민국을 위해 그토록 죽기살기로 일했는지 생각해 보면 한스럽다. 대한민국은 나에게 너무도 싸늘한 배신의 등을 돌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은 건강과 관련해 장유착 증세로 수술을 한 차례 받았으며 몸무게가 73㎏에서 63㎏으로 줄고 29인치 바지를 입고 있으나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당장 귀국하기 어려울 듯〓김 전 회장의 귀국 여부에 대해 그의 한 측근인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단죄’된 대우문제를 노무현 당선자와 새 정부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김 전회장의 입국 여부와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노무현 당선자가 경제분야와 재벌정책 등에서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당장은 귀국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 당선자가 대선 직전에 현 정부의 정책에서 실패한 부분은 책임도 지우고 떼어내 생각하겠다고 말한 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김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해명할 수 있게 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귀국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11월에 태국에 입국”〓김 전 회장은 대우사태가 발생한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종적을 감춘 뒤 계속 해외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26일 김 전 회장이 11월16일 태국에 입국했다가 이달 1일 로마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로마로 출국함에 따라 유럽지역 인터폴에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며 “로마를 거쳐 다른 유럽 국가로 떠났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경영비리 사건’은 규명 안돼〓‘대우그룹 경영비리 사건’은 검찰이 지난해 2월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와 불법 대출 등에 연루된 그룹 임직원 50여명을 기소하면서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당시 대우그룹 임직원이 97∼98년 총 41조1361억원에 대한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9조9201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97∼99년 수입서류를 위조하거나 자동차 수출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모두 44억달러의 회사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측근 경영인들은 지난달 말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부실 경영과 불법 대출의 ‘사령탑’인 김 전 회장이 귀국하지 않아 사건의 진상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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