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Mbizon여론읽기]나선미/"양심적 병역거부자…" 87%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23분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받아들인 것을 계기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신성한 국방의무’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 기본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국방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비존과 공동으로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합 전화여론조사 결과, 61%가 ‘헌법상 보장된 양심과 종교의 자유가 병역법에 의해 침해받아서는 안되며, 사회봉사활동 등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고,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특혜로 형평성에 어긋나고 병역기피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부작용과 비리가 더 심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87%가 공감을 표시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서는 ‘대체 복무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사회봉사활동으로 병역의무를 대신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34%)보다는 ‘다른 병역 거부자와 마찬가지로 현행 병역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41%)가 많았다. 그러나 ‘현행 병역법을 개정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20%나 있었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46∼51%로 높은 반면 20, 30대 연령층에서는 대체 복무제(36∼37%)나 병역법 개정(26∼29%)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었다.

이러한 세대별 견해차이는 병역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병역제도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국민의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 67%, ‘지원제로 하는 것이 좋다’ 28%로 나타났는데, 20대 연령층에서는 그 응답률이 각각 54%, 43%인 데 비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77%, 16%로 큰 차이를 보였다.

본인이나 가족이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의무가 아니라도 군대는 가는 것이 좋다’ 48%, ‘좋든 싫든 의무니까 당연히 가야 한다’ 27%, ‘의무이기는 하지만 안 갈 수 있으면 안 갔으면 좋겠다’ 25%로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는 ‘남자가 군대에 갔다오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80%)는 생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한국 국적 포기로 인한 사실상의 병역기피로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가수 유승준씨의 향후 연예활동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연예인으로서 국내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67%)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개인의 문제이므로 연예활동을 계속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24%)보다 훨씬 많았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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