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극악무도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고육책일지는 몰라도 존속살해라는 무섭고도 잔악한 패륜을 영화의 주된 전개 수단으로 이끌어 가는데 너무나 놀랐다.
범인이 자기 부모를 살해하는 장면도 깡패 세계에서 무슨 조직폭력배들이 라이벌을 제거하는 장면처럼 잔혹하고 처절하게 칼로 수 십 번씩 난자하는 데는 아무리 영화라 하더라도 몸서리쳐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미국 유학에서 유흥과 향락에 찌든 대학생이 부모의 유산을 탐내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상상력이 부족하고 표현이 저속하면 자식이 부모를 계획적이고 잔혹하게 칼로 난자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겠는가.
이 영화가 수출되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서는 공부를 많이 한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직 종사자도 부모를 돈 때문에 죽이고 이왕 죽일 바엔 조폭식으로 회칼을 쓰는구나 하고 생각할까봐 겁이 난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흥행시키려는 제작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존속살해라는 천하의 패륜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상상력의 한계, 도덕적 불감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평론도 흥행여부에만 관심을 갖고 그 소재나 표현 방식에는 무관심했다. 자식이 부모를 칼로 찔러 죽이는 영화를 보고도 모두 침묵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김후영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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