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최근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처럼 보도했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것은 불투명한 미래와 낮은 대우 때문이다.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기존 이공계 전공자들의 이탈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한국과 경쟁하는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들은 이공계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이공계 인력의 70%(약 12만명)를 매년 해외에서 ‘수입’하는 미국은 해외의 이공계 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제도를 개선하고 교육과정을 다시 짜고 있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프로젝트 2061’ 보고서와 21세기과학수학교육위원회의 ‘글렌 보고서’ 등은 수학과 과학 분야의 교육 강화를 최우선 전략과제로 꼽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교육예산을 80억달러나 늘려 초·중등과정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시험을 의무화했다.
일본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이공계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교마다 특색있는 학교나 학과를 설치해 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30개 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톱 30 프로젝트’에 180억엔을 배정하고 대학을 산업현장과 연결시키고 있다.
중국은 ‘학문의 시장화’를 대학의 기본 전략으로 삼고 기업주도형 산학연계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며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이공계 고급인력에 대한 사회적 보상도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전문 엔지니어의 급여수준은 변호사, 판사와 큰 차이가 없으며 경영관리자보다는 높다.
프랑스에서는 인문계 출신 대졸 초임이 월 1500유로(약 170만원)인 반면 이공계 출신은 2500유로(약 280만원) 수준이며 이공계 출신은 기업체 간부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이공계 대졸초임 연봉은 전자부문 1900만∼2300만원, 정보기술분야 1800만∼2100만원으로 인문계의 금융분야(2400만∼3000만원) 등에 비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이공계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이공계 출신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김학수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지금의 조건에서는 한국의 어떤 학부모도 자녀에게 이공계 진학을 권유하기 힘들다”면서 “이공계 전공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투자에 걸맞은 사회적 보상체계를 갖춰 ‘부자 과학자’를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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