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올라오는 양양 남대천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이번 수해로 11일째 전기 전화 수도가 끊긴 상태이며 집도 5채가 파손됐다.
고립 상태가 계속되면서 육군 헬기를 통해 겨우 쌀과 식수 등을 공급받고 있다.
더구나 산간마을이라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데다 보일러마저 가동할 수 없어 27가구 65명의 주민은 추위로 잠을 설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추위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깬 주민 서예순(徐禮順·63)씨는 “지난달 31일부터 전기가 끊겨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해 냉방에서 지내고 있다”며 “밤마다 몸을 움츠리고 자서 그런지 온몸이 쑤신다”고 말했다.
법수치리 김진목(金鎭穆·48) 이장 집에는 주민 8명이 모여 마을의 장래를 걱정했다.
“골짜기를 따라 13㎞에 걸쳐 건설된 마을도로 중 8㎞가 휩쓸려가 대부분이 통행하기 어려운 절벽으로 변했어. 예전처럼 복구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 같아….”
마을 입구까지 나갔다 온 이장 김씨는 “4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수해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오대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깊이 15∼20m, 너비 70∼80m의 하천을 넘어 마을길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주민 송원석(宋元錫·48)씨는 “산불 예방 등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임도(林道)가 물길을 엉뚱한 데로 돌려 피해가 더 커졌다”며 “여름철이면 하루 700여대의 관광차량이 몰려오는데 이번 수해로 교통오지로 변해 민박 등 농외소득이 전부 끊길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이번 수해로 집이 파손된 김영호(金永鎬·65)씨는 “평생 벌어 지은 집이 파손됐을 때 차라리 죽고 싶었다”며 “그러나 육군 일출부대 장병들이 내 일인 양 집안에 들어온 흙을 사흘째 치워주고 있어 차츰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 부대 장병들은 6일부터 고립지역인 현북면 법수치리와 원일전리 등지에 헬기를 타고 들어가 텐트를 치고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밤늦도록 주민들과 함께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또 강원 영서지역 향토사단인 36사단 장병 2000여명은 매일 정선 태백 평창 영월 등지에서 굴착기와 페이로더 등 중장비를 동원해 도로 응급복구와 함께 피해 주민들의 주택 복구작업 등을 도와주고 있다.
양양〓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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