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 옆 수령이 40년쯤 돼 보이는 나무 두 그루가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허연 뿌리를 드러냈으며 축구 골대는 휘어진 채 뒤집어져 있었다. 농구대도 1학년 학생의 손이 닿을 만큼 기울어졌다.
본관 건물 주변에는 흙탕물을 뒤집어 쓴 교실 바닥재와 교구,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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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르포]갈수없는 ‘육지섬’ |
이 학교 4∼6학년생 60여명과 교직원 19명은 꼬박 나흘간 태풍의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해 책 대신 빗자루를 잡았으나 완전 복구는 기약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저학년인 1∼3학년생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하루 1, 2시간씩 단축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 담벼락과 바다가 잇닿아 있는 이 학교는 12일 오후 8시경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 본관 건물과 급식소, 병설유치원 등이 모두 침수됐다.
이 학교 서양숙 교사는 “13일 오전 교실 바닥에 물고기가 돌아다녔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교버스 4대도 물에 잠겨 학생 140여명이 다음 주까지 뙤약볕에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 다니거나 가끔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급식소 설비도 모두 망가졌다.
이 학교 김성화 교장은 “정상을 되찾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마산, 거제, 통영, 고성 등지의 초중고교 470여개교의 시설물이 크게 파손됐다. 이는 경남지역 전체 학교의 30%에 가까운 수. 특히 전기와 수도가 끊긴 곳도 있어 학생 불편과 수업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거제교육청 권경희 장학사는 “많은 학교의 전화가 불통돼 수업 상황은커녕 정확한 피해마저 파악이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부산〓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2동 반산초등학교. 5층 조립식 교실 9개가 사라졌다.
벽체는 인근 주택가로 날아갔으며 교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TV 등도 대부분 날아가거나 크게 부서졌다. 사물함에 보관돼 있던 책과 실내화 등도 대부분 날아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이 교실을 쓰던 2학년생 273명은 연휴가 끝난 15일 등교해 처참하게 부서진 교실을 보고 넋을 잃었다. 일부 학생들은 울먹이기까지 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말.
선생님들은 15일 운동장 옆 스탠드에서 임시수업을 하며 학생들을 안정시켰고 16일부터는 1, 2학년생은 2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한편 부산지역에서는 초등학교 80개교, 중학교 37개교, 고등학교 54개교가 태풍으로 26억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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