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희대에 따르면 지난 10일 돌아가신 김복순(83) 할머니는 전 재산인 시가 2억7천만 원 상당의 빌라(서울 성북구 장위동 소재)를 이 대학에 기부했으며 자신의 시신 역시 이 대학 의료원에 연구용으로 쓰이게 해달라고 유언했다.
김 할머니가 재산을 기부한 것은 지난 1998년 이 대학과 맺은 사후 기증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서울역 앞에서 우동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온 할머니는 당시 경희대에 자신이 죽은 뒤 재산을 대학 측에 줄 것을 약속했으며 이후 2002년에는 당시 가지고 있던 현금 8천800만원도 이 대학에 기부했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김 할머니의 삶은 희생과 봉사로 가득 차 있었다.
할머니는 70년대에는 자신의 고향인 거제도의 창호초등학교에 책상과 걸상, 악기, 캐비닛 등을 수차례에 걸쳐 기증하며 두 번이나 거제군 교육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 40여 년 전부터 오갈 데 없는 고아였던 어린 아이 3명을 자신의 딸로 거두어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김 할머니가 이렇게 봉사의 삶을 살아온 것은 "남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이웃에 대한 배려 덕분이었다.
김씨의 주변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딱한 처지에 처한 이웃들을 보면 어떻게든 도우려고 했다. 남의 슬픔을 그냥 봐 넘기지 못하시는 분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할머니의 봉사 정신은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됐다.
세 딸들은 1998년 당시 할머니의 뜻에 동참해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할머니와 함께 살던 막내딸 김미진(26)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빌라 기증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택시 운전을 하는 둘째 사위 하민호(39)씨와 딸 심명희(38)씨 부부 역시 할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경희대 측에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씨는 "장모님이 늘 사회에 모든 것들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런 삶의 자세가 내 삶의 방향까지 바꿔놓은 것 갔다. 돌아가신 장모님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기부를 생활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학교를 방문하실 때마다 학생들을 당신의 손자, 손녀 대하듯 아끼며 애정을 보이셨다. 기부한 재산을 토대로 `김복순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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