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행색의 아주머니는 김성복(75) 교장에게 “학교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1000만 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 있었다.
깜짝 놀란 김 교장이 “무슨 돈이냐”고 묻자 이 아주머니는 눈물만 훔쳤다.
김 교장이 “자초지종을 알아야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형사합의금”이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아주머니의 아들 김광덕(사진) 씨는 이 학교 2000년 졸업생.
전남 목포시 모 신용협동조합에서 근무하던 김 씨는 지난달 오토바이를 타고 수금하러 가다 트럭에 치여 숨졌다. 신협에 입사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막내인 김 씨를 잃은 부모는 형사 합의금으로 받은 돈을 아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먹고 아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떠올렸다.
김 씨 부모는 아들이 대안학교인 목포제일정보고에 입학했을 때 반대했지만 김 씨는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 측은 이 돈으로 고인의 이름을 딴 ‘김광덕 장학회’를 만들기로 했다.
김 교장은 “어머니의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으나 한사코 마다해 졸업생 생활기록부를 보고 집 주소와 이름을 알게 됐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장학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1961년 목포 인근 지역 문맹 퇴치와 불우 청소년 교육을 위해 출발한 목포제일정보고는 현재 3개 학급 7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중학교에서는 성인 1600여 명이 중고교 과정을 배우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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