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동래구청에 40대 남자가 트럭에 연탄 2000장을 싣고 왔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지난달 18일에는 부산진구 전포1동 주민센터에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 “불우이웃에게 연탄을 주고 싶다”며 기부방법을 상의했다. 30분 뒤 이 여성은 전포1동 봉사단체인 ‘이웃사랑 창구’ 계좌로 200만 원을 입금했다. 이 여성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11일에도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해운대구 반송2동 주민센터에 종이상자를 두고 사라졌다. 이 상자에서는 동전으로 70만3800원이 들어 있었다.
‘더럽고 구겨진 돈. 이 돈도 좋은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본인은 무식한 사람’이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 남자는 2005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같은 방법으로 동전을 기부해오고 있다.
같은 달 5일에는 북구 금곡동 주민센터에 허름한 검은색 잠바 차림의 노인이 찾아왔다. 이 노인은 “지역을 위해 의미 있는 일에 성금을 냈으면 좋겠고,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다”며 현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당초 100만 원짜리 수표 10장을 갖고 왔던 노인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다시 인근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일 부산진구 범천1동 주민센터에도 한 남자가 “쌀을 좀 보냈으니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곧이어 20kg들이 쌀 60포대(276만 원 상당)가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이 남자는 2003년부터 매년 같은 방법으로 쌀을 기탁하는 ‘기부천사’다.
이 밖에 해운대구에서 하경용(59) 씨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도 익명의 독지가들이 보낸 쌀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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