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화상(火傷) 환자를 보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안된 사람이 화상 환자더라고요.”
20일 오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 작은 포장마차. 이곳에서 어묵 튀김 순대 등을 팔고 있는 포장마차 주인 박모 씨(51)는 8년 가까이 화상 환자 후원금을 내고 있는 ‘기부천사’다.
“화상 환자를 보면 참 안쓰럽지요. 그런데 화상 환자 손님들과 정이 들다보니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2년 ‘하루에 딱 1000원씩만 기부하자’는 생각으로 돼지저금통을 마련해서 돈을 모았다. 3만 원이 모일 때마다 사람들 모르게 병원 사회복지과에 저금통을 갖다 놓았다. 한번 두번 반복되면서 병원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그를 알게 됐다. 그의 후원금은 화상 장애인 치료지원금과 어린이 화상 환자를 돕는 데 쓰이고 있다.
박 씨가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한 건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던 남편의 사업이 망했고 박 씨는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했을 때였다.
그는 “전에 은행에 다닐 때는 보육원과 양로원을 합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을 만들고 싶었다”며 “하지만 상황이 어렵게 돼 꿈도 많이 줄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작은 요양소를 차리는 게 지금의 꿈”이라는 박 씨는 지난해 겨울 매일 오전 9시부터 포장마차 영업을 시작하기 직전인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들으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제가 포장마차를 하지만 제 자신이 너무 떳떳하고 행복합니다. 아들 둘에게도 앞으로 월급의 딱 1%씩만 매달 기부하라고 말하죠.”
그는 기자에게 “미담으로 포장하지 말아 달라”며 사진 촬영을 극구 사양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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