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식아, 왜 이렇게 무거워졌어? 이제 좀 더 크면 안지도 못하겠네.”
“다 형 덕분이죠. 정말 고마워요.”
야구 대표팀 에이스는 두 달 반 만에 다시 만난 일곱 살 소년을 보고 뛸 듯이 반가워했다. 프로야구 SK 투수 김광현(21)과 그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김창식 군. 김 군은 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 충암고-천안북일고 경기에서 시구를 한다.
김광현은 두산과의 시범경기가 열린 지난달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김 군을 만났다. 김 군은 정성스레 준비한 꽃다발을 선물했다. 김광현은 직접 사인한 모자와 유니폼을 주며 김 군을 격려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진수 씨(34)는 이 순간이 꿈만 같다. 그의 가족에게 김광현은 천사나 다름없다. 김광현이 아들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되찾아줬기 때문이다.
김 군은 승모판막 역류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다. 4년 전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잘 때마다 숨쉬는 것을 힘들어하자 이상히 여겼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끝에 김 군이 심장이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진작 알지 못한 아버지의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절망적이었던 건 곧바로 수술을 해줄 수 없는 어려운 경제 사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희망은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가 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광현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경기 부천시 세종병원을 통해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맘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형편이 어려워 수술을 미루고 있는 아이들의 사연을 듣고 선뜻 1000만 원을 내놓았다. 김광현의 후원으로 3명의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김 군은 평소 야구를 좋아했고 특히 김광현의 팬이었다. 수술을 이틀 앞둔 1월 7일 김광현은 세종병원을 찾아가 김 군을 만났다. 김 군을 꼭 안은 김광현은 “수술 잘 마치고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는 “창식이가 얼굴에 살도 오르고 건강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 군은 수술 후 6kg이나 살이 쪘고 지난달에는 파주 문산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김 군은 황금사자기 결승전 시구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희망을 던지겠다는 각오다. 희망은 더 큰 희망을 키우는 법. 김광현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계기로 SK는 올해부터 문학구장 왼쪽 담장에 20m 폭의 ‘하트 존’을 설치한다. SK 선수들이 이곳으로 홈런을 하나씩 날릴 때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심장병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마음먹은 만큼’ 퍼뜨릴 수 있는 게 희망인 듯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