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주 구두미화원 조규완씨의 ‘고귀한 50만원’

  • 입력 2009년 9월 23일 0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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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명절때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

거리에서 구두를 닦아 모은 돈을 8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맡기는 60대가 있다. 전북 전주시 인후동 전북은행 전주 안골지점 앞에서 10년째 구두를 닦는 조규완 씨(64·사진). 조 씨는 추석을 앞둔 21일 인후1동 주민센터에 “얼마 안 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0만 원의 성금을 동장에게 맡겼다. 2002년부터 설과 추석이면 어김없이 50만 원씩을 전달한 조 씨가 이번에도 잊지 않고 주민센터를 찾은 것이다.

이 돈은 조 씨가 도로 한쪽에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차가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종일 구두를 닦고 수선해 번 돈이다.

온종일 일해도 5만 원을 손에 쥐기 어려운 그의 처지에서 보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조 씨는 홀로 살면서 4차례나 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에 방을 얻을 형편이 못돼 지금도 완주군 용진면에서 오토바이로 출퇴근한다.

“여러 차례 생사를 오가는 인생의 고비를 넘기면서 할 수 있는 한 작은 정성이라도 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학봉 동장은 조 씨의 말을 대신 전하면서 그가 이 일이 알려지는 것조차 몹시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김 동장은 “좀처럼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지만, 말 못할 가정사가 많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통 사람의 500만 원이나 5000만 원보다 더 값진 돈이다”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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