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못한 일을… 독립유공자 유족 돌보는 경찰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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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서 김윤태 경위, 故이시영 부통령 며느리 친어머니처럼 모셔

정년퇴직을 앞둔 경찰관이 독립유공자이자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고(故) 이시영 씨의 며느리와 손녀를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강북경찰서 수유지구대 소속 김윤태 경위(57). 올해로 경찰생활 28년을 맞는 김 경위와 이 씨 유족들의 인연은 200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의 며느리 서차희 씨(99)와 손녀 이재원 씨(58)에게서 “취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위는 사건을 처리하던 도중 우연히 신고자 가족이 이 씨의 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독립유공자 유족이 허름한 집에서 노환과 생활고로 고생하는 모습을 접한 김 경위는 깜짝 놀랐다. 서 씨 등은 서울 강북구 수유4동 이 전 부통령 묘소 입구의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독립유공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은 독립유공자 본인과 배우자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에 며느리인 서 씨 모녀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60여만 원의 생활보조비로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이 씨가 불편한 몸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에 김 경위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 경위는 부인과 함께 수시로 서 씨의 집을 찾아서 밑반찬과 국거리를 만들어 주는 등 서 씨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내고 있다. 김 경위는 추석을 앞둔 1일에도 쌀을 사 들고 서 씨의 집을 다녀왔다. 내년 2월 정년퇴직을 하는 김 경위는 “집과 가까워 지나가며 자주 들르는 것일 뿐인데 어머니(서 씨)가 저를 반겨주시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며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돌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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