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앞둔 경찰관이 독립유공자이자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고(故) 이시영 씨의 며느리와 손녀를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강북경찰서 수유지구대 소속 김윤태 경위(57). 올해로 경찰생활 28년을 맞는 김 경위와 이 씨 유족들의 인연은 200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의 며느리 서차희 씨(99)와 손녀 이재원 씨(58)에게서 “취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경위는 사건을 처리하던 도중 우연히 신고자 가족이 이 씨의 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독립유공자 유족이 허름한 집에서 노환과 생활고로 고생하는 모습을 접한 김 경위는 깜짝 놀랐다. 서 씨 등은 서울 강북구 수유4동 이 전 부통령 묘소 입구의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독립유공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은 독립유공자 본인과 배우자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에 며느리인 서 씨 모녀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60여만 원의 생활보조비로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이 씨가 불편한 몸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에 김 경위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 경위는 부인과 함께 수시로 서 씨의 집을 찾아서 밑반찬과 국거리를 만들어 주는 등 서 씨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내고 있다. 김 경위는 추석을 앞둔 1일에도 쌀을 사 들고 서 씨의 집을 다녀왔다. 내년 2월 정년퇴직을 하는 김 경위는 “집과 가까워 지나가며 자주 들르는 것일 뿐인데 어머니(서 씨)가 저를 반겨주시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며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돌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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