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개가 좋아, 내가 좋아?”

내연녀 “강아지가…” 대답에 좌변기에 애완견 익사시켜
40대男 상해등으로 집유 2년

“내가 좋아? 강아지가 더 좋아?”

지난해 6월 중순 임모 씨(44)는 유흥업소에서 만나 매달 일정액의 돈을 주기로 하고 사귀던 내연녀 A 씨(28)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에서 A 씨와 함께 있었다.

임 씨는 애완견을 안고 있던 A 씨에게 “강아지가 좋아? 내가 좋아? 강아지를 던져버리기 전에 방에 갖다 놔”라고 말했다. 그러자 A 씨는 “강아지가 더 좋다”고 대꾸했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임 씨는 애완견을 내던졌고 A 씨는 애완견을 끌어안았다. 임 씨는 A 씨에게서 애완견을 다시 빼앗은 뒤 화장실 좌변기 물속에 애완견의 머리를 여러 차례 집어넣어 결국 죽게 했다.

임 씨의 폭력적인 행동은 계속됐다. 지난해 8월 중순 임 씨는 A 씨와 술을 마신 뒤 함께 A 씨 아파트 앞에 왔다. A 씨가 임 씨를 집에 돌려보내려고 현관문을 늦게 열자 집 안팎에서 “문을 열라” “무릎을 꿇어라”라며 주먹으로 A 씨를 수차례 때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김우정 판사는 상해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동물 학대) 등으로 기소된 임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시가 100만 원 상당의 강아지를 죽게 한 데 대해서는 형이 더 무거운 재물 손괴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방법이나 결과에 비춰 죄가 가볍지 않지만, 징역형 전과가 없고 A 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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