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아파트 외벽타며 CCTV 피한 ‘스파이더 절도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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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다닌 차 GPS 기록에 덜미

동네 선후배로 둘 다 절도 전과가 있는 정모 씨(31)와 김모 씨(27)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로 아파트를 털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약 4000만 원. 범죄 수법도 대담했다. 이들은 아파트 승강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피해 계단이나 아파트 외벽을 타고 다녔다. ‘스파이더맨’처럼 능숙한 솜씨로 빈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쳤다. 또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항상 렌터카를 이용했다. 이들을 잡기 위해 관할 내 아파트에서 피해가 발생한 서울 시내 5개 경찰서가 나섰다. 아파트 주변의 CCTV를 샅샅이 뒤졌지만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에 혐의자로 붙잡히기도 했다. 금은방 17곳에서 보석을 팔았다는 장물거래 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그거 다 예전에 훔쳤던 건데 숨겨뒀다 이제 판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미 형기를 마치고 나온 터라 과거에 훔친 물건을 팔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두 번 처벌할 수는 없었다.

이들의 덜미를 잡은 건 작은 반지 하나였다. 지난해 12월 23일 정 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K대 졸업반지를 훔친 뒤 금은방에 팔아넘겼다. 경찰은 이들이 타고 다닌 렌터카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을 뒤져 사건 당일 이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4일 절도 혐의로 정 씨와 김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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