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에 특효약 샀더니 중국산 3천원짜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7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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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노인상대 약초사기 7인조 할머니 적발

'1500원 짜리 약초가 수백만 원의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인들을 상대로 값싼 중국산 약초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비싼 값에 팔아온 할머니 사기단 '노랭이 식구' 일당 7명을 검거, 천모 씨(67·여)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모 씨(59)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주범인 천 씨가 노랑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별명이 붙은 '노랭이 식구' 사기단은 2010년 1월 구로구 구로시장 노상에서 한모 씨(72·여)에게 시가 1500원짜리 약재인 중국산 보골지 600g을 관절염 특효약이라며 4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2009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서민층 노인 200여명에게서 3억 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 한약재를 깔고 행인들을 현혹했다. "이 약 먹고 우리 아버지가 아픈데 다 낳았다"라며 살 것처럼 바람을 잡는 바람잡이 역할도 분담해 노인들은 꾀어냈다. 폐지를 수집해 근근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모 씨는 "오늘이 아니면 못 산다" "내 몫까지 같이 사면 내가 돈은 내일 주겠다"라는 이들의 말에 넘어가 은행에서 400만 원 대출까지 해 약초를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약재 전문사기단으로 주범 천씨는 무려 사기 10범. 이들은 인출이 용이한 은행 근처를 범행 장소로 잡아 피해자들로 하여금 적금 통장을 해지하거나 한 씨처럼 대출을 받아서까지 약재를 사게끔 했으며 한번 선택한 장소는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이들은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모두 132㎡(40평형)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등 넉넉한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골지는 발기부전과 양기회복에 쓰이는 약재로 단독으로만 과다복용하면 급성간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부분 약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좋은 약으로 알고 복용했으며 속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자식들에게 혼날까봐 신고하지 않았다"라며 약재 구입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의 범행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 매달 10만~20만 원을 상납 받아 온 오모 씨(75)도 공갈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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