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육사-CIA 출신 장군, 알고보니 ‘보충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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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비자금 등 840조 국내 반입” 사기
60대, 15명에 12억 챙겨

2006년 10월 전남 순천시내 한 사무실. 예비역 장성을 자처한 유모 씨(68)가 이모 씨(37·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 씨는 스스로 “육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암호 해독능력이 탁월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뒤 미군으로 특채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월남전에 참전해 장군이 됐다”고 자랑했다. 또 “중국 공산당 전 주석의 장모 유산을 상속받아 조만간 해양리조트 사업에 투자할 계획인데 회사 설립 경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4년간 이 씨 등 6명에게 △금융실명제를 피한 검은돈 △월남전 당시 한국에 유입된 미군 비자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동 비자금 등 모두 840조 원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말한 뒤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회사 설립 비용이 필요하다며 4억3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26일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유 씨의 공범 양모 씨(51·여)를 구속했다. 또 일본으로 도피한 유 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자가 최소 15명이고 피해액은 12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 씨는 육사에 다닌 적이 없고, 1975년 보충역(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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