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동물학대자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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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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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모으듯 ‘동물수집’ 집착… 10평집에 60마리 ‘애니멀 호러’

애니멀 호더 손모 씨가 기르던 고양이 29마리와 강아지 20마리가 지난달 말 트럭에 실려 경기 포천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 보호소로 옮겨졌다. 협회 회원들은 손 씨를 설득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대형트럭 주차장에 방치돼 있던 동물들을 옮길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동물사랑실천협회
애니멀 호더 손모 씨가 기르던 고양이 29마리와 강아지 20마리가 지난달 말 트럭에 실려 경기 포천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 보호소로 옮겨졌다. 협회 회원들은 손 씨를 설득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대형트럭 주차장에 방치돼 있던 동물들을 옮길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동물사랑실천협회
남편과 이혼하고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 아이 셋과 살고 있던 손모 씨(40·여). 그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2008년 여름부터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그해 고양이 6마리와 강아지 5마리로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했지만 2년 만인 올해 60여 마리로 급격히 불어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냄새와 소음으로 이웃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은 것.

손 씨는 월 5만 원가량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해 지난달 중순 퇴거 명령을 받고는 근처 대형트럭 주차장 공터로 쫓겨났다.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 19마리가 도망갔다. 남은 고양이 29마리, 강아지 20마리를 대형마트 카트 등에 나눠 담고 며칠을 공터에서 지냈다.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이 손 씨를 설득하고 나서야 동물들을 경기 포천시에 있는 협회 보호소로 옮길 수 있었다.

○ 늘어나는 ‘애니멀 호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부른다.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는 동물학대의 한 유형이지만, 애니멀 호더는 자신이 동물의 절대적인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애니멀 호더는 자신이 사랑을 다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빠진 사람들”이라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현실을 계속 부정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씨도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좁은 곳에서 살았지만 하나도 안 아프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며 “내 새끼처럼 키웠던 아이들(애완동물)이 사라져 지금은 그냥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씨를 설득하는 현장에 나갔던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박소연 대표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앙상하게 뼈만 남고, 탈수 직전의 상태에 있는 동물이 적지 않았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지난해에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혼자 살던 50대 여성이 5평 남짓한 방에서 강아지 32마리를 키우며 털을 깎아주지 않아 강아지들이 피부병 등 질병을 앓고 있었고, 먹이도 제때 주지 않아 숨진 강아지를 그대로 방치하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드러났다. 협회 관계자들은 동네 주민의 신고로 월 1, 2건 애니멀 호더가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고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동물보호법 학대 범위를 넓혀야

하지만 이들이 키우는 애완동물은 개인의 소유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강제 처분할 방법이 없다. 동물보호법상 각 구청 소속 동물보호감시관이 주인에게 입양이나 안락사를 권고하는 수준 정도다.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도 “현행법상 제재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법 예고된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애완동물) 등록제가 2013년 전면 시행되면 손 씨처럼 애완동물을 무더기로 방치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물전문가들은 등록제는 개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현행법상 동물 학대는 잔인하게 죽이거나 상해를 입힐 때만 적용된다”며 “불결한 환경에 동물들을 방치해 질병에 걸리게 하는 것도 학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애완동물 주인들이 중성화 수술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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